
서교예술실험센터는 태생부터 소유구조의 문제를 안고 있었어요. 계약 만료 기간이 되면 언제나 없어질 거라는 얘기가 돌았죠. 처음 이 문제가 터졌을 때, 1기 공동운영단을 중심으로 한 예술가들의 조직적인 반대 운동이 당시 서울시장의 관심을 샀고, 극적으로 연장되는 사건도 있었어요. 이후에는 서울시의 정책적 흐름에 따라 연장되어 왔는데요.
이번에는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운영을 맡은 재단도, 위탁한 서울시도, 땅 주인인 마포구청도 묵묵부답이네요.
저희는 결국 서울문화재단과 마포구청으로부터 후속 지원 요청에 대해 어떤 대답도 받지 못했어요. 무력한 말이지만, 거기에 대항하는 예술가들의 세력도 조직해 내지 못했어요.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저는 이 공간에서 생활하기로 결심했죠. 표류하게 된 마당에 방주 같은 것을 만들까? 이 일을 기획하는 데도 여러 말들이 오갔어요.
행정이 공공건물을 둘러싼 규정들로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여러 가능성을 그저 잘라버린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행정 언어와 예술 언어는 왜 타협점을 찾는 게 어려울까 하는 질문과 함께요.
어쨌든 공간을 일주일 동안 점유하며 일을 꾸리고, + 제사와 의식 + 을 행하기로 했어요. 그 기간을 장래식(場來式)이라 부르기로 했고요. 생활하며 작업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공간을 열고, 쓸 수 있는 자원을(이 부분도 턱없이 부족했고, 있어도 쓸 수 있는 방도 즉 풀어낼 수 있는 행정 언어가 없었죠) 지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