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림두수 紫林斗數 Zarim Dou Shu

“,, a,.,.. the life0}}.} }”…

“이러한 욕망이 뭉쳐져 죽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시스템을 만들어요.”

현관

여는 퀴즈

망자를 살려내며 너를 울고 웃게 하고, 젊게 만들어 주며, 찰나에 태어나지만, 평생 지속되는 것은?

답은…
스핑크스: 죽음
chatGPT: 추억

들어가는 길목에서

진 미러 미러 프롬프트2023는 사람의 몸과 AI의 연산을 대면하고 감각하며 드는 질문들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반영한 과정의 기록이다. 프롬프트를 중심에 두고 무엇보다 두 가지를 비춰보고자 했다. 사람의 몸 테두리가 자아에 한정되지 않고 여럿의 이야기가 섞이고 중첩되는 것을 감각하는 방식이 하나이고, 해설자의 역할로 사용되는 로봇이 즉각 연산을 통해 제시하는 합성 미디어를 감각하는 방식이 또 다른 하나이다.

팀 진자는 이 작업에서 4인칭 나를 주된 구조로 삼는다. 자아가 몸 테두리를 인식한다고 하면, 4인칭 나는 이 가정에 대한 인지를 바탕으로 운동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의 몸이 여전히 기억을 외재화할 수 없었던 시대의 감각을 되살려, 드러나지 않은 것을 표현해 볼 수도 있을까? 이에 더해 몸이 다른 사물 혹은 다른 몸들과 더불어 작동하는 연계 장치라고 본다면, 언어를 온갖 매개에 저장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재연결해 볼 수도 있을까? 그런 몸에 대한 언어를 통해 불확정적인 세계로 침투해 볼 수 있을까? 작업을 마쳤지만 이 질문들이 아직 남아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과정을 스포츠 경기의 점수 매기기보다 지하철역 환승에 가깝게 접근했다. 연이은 질문을 ‘라운드’로 이름 붙여 구분했고, 라운드별로 조교로 관계 맺은 인공지능에 조금 긴 이름을 지었다. 질문의 목적을 환경 전환하기라고 대략적으로나마 소개하고 싶다. 원문의 설정을 지탱해온 것이라 해석한 것을 데이터셋 삼은 뒤, 몇 차례에 걸쳐 연산하다 보면, 비록 잠재공간에서 벌어진 것이지만, 생성값이 된 데이터가 비롯된 문화권으로 이야기가 옷을 갈아입어 본 거라고 볼 수 있을까? 더 나아가 다른 존재의 정체성을 빌려보는 것은 아닐까.

1라운드에서 4인칭 나의 서사는 $거북이와 두루미$의 텍스트가 줄곧 타자화하는 방식과 대조를 이뤘다. 2라운드에서는 인공지능을 단순 도구로 인식하는 것에서 벗어나 $삼천갑자 동방삭과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가 트레이닝하는 상황을 짐작해보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 작업을 시작할 때 품었던 의심과 거부감에 비교해보면, 인공지능과의 거리감이 상당히 좁혀진 셈이다.

초기 설정값—사인칭 나, 축지

만약 내가 이 몸을 입고 한 경험이 다른 시공간에 그리고 다른 시점으로 배치된다면, 나는 다른 몸으로서의 ‘나’로 그 이야기를 인식하게 될까. ‘나라는 몸 안에 갇혀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끊임없이 내게 따라붙는 이미지와 상징으로부터, 반복된다고 느껴지는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다. 역설적이게도, 몸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몸의 변화하는 상태를 감지할 때, 꿈에서 떠오르는 이미지와 상징을 받아 적고, 그것을 하나의 흐름으로 배치했다. 꿈속 장면에서의 유연함, 돌연 건너뛰어지는 시점 등이 쓰시마 유코津島佑子가 단편소설집 나를 집필한 바탕 생각인 사인칭 나와 적절히 맞아떨어진다고 느꼈다.

사인칭 나는 일본의 구비문학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던 인물이 도중에 다른 인물을 대신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다시 또 다른 인물로 옮겨가는 방식이다. 문자가 보편화되기 이전에는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나’와 ‘너’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중첩되고 섞여 들어갔으리라. 사인칭은 마치 날개를 단 것처럼 자유로이 날아다닌다.

우리는 사인칭 나라는 운동이자 수련을 통해 몸을 어떤 문화의 사회적 서사와 자기 재현을 형성하는 신화와 믿음 체계 안에서 허구화되고 자리매김하는 ‘텍스트’로 만드는 한편, 다른 메시지에 의해 점령당할 수 있는 몸 껍질로도 만들고자 했다.

이 작업을 이렇게 특징 지어보고 싶다. 몸을 통해 다른 존재의 상태에 도달하는 연습인 오금희五禽戱1 혹은 쿵후의 방식으로. 혹은 물리적인 세계가 진짜 현실일 수도 있지만 가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의 전환을 거쳐, 불현듯 한 이동이자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뜀박질로서의 축지縮地2를 긍정하는 양혜규의 사고방식으로.

1라운드—조교 $거북이와 두루미$와 함께

1라운드 설정
  • 4인칭 나를 작업의 주된 구조로 삼는다.
  • 프롬프트 기반 인공지능이 원문의 패턴을 추론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의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외삽을 돕는) 기대한다.
  • 프롬프트 기반 인공지능을 조교로 규정한다.
  • 프롬프트 기반 인공지능에 을 부여한다.
4인칭 나를 생성할 수 있는 설정 탐색하기

쓰시마 유코는 일본의 북방 민족인 아이누 족의 샤먼이 다른 신의 이야기를 대신한 것에서 4인칭 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누군가가 샤먼의 입을 거쳐서 자기 얘기를 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샤먼 개인의 특출한 능력보다 샤먼이 영향력을 행사해온 그 환경이야말로 그 환경에 몸을 둔 이들 사이의 연결 방식에 대한 어떤 믿음과 세계관을 결정 지었을 것이라 보고 싶다.

멀고도 가까운(136~137쪽)에서 리베카 솔닛은 주거용 배에 사는 친구로부터 습기로 갑판이 썩는 탓에 10년에 한 번씩은 갈아줘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이어 리베카와 친구는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습기와 건조함 자체가 신앙심을 형성하는 힘일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나눈다. 건조한 지역은 변하지 않는 영속성이나 영원에 대해 적어도 환상이라도 가질 수 있지만, 공기 중에 포자와 박테리아와 곤충이 가득한 따뜻하고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모든 것이 분해되고, 다시 태어나며, 다시 세워진다고 한다. 보관과 저장을 위한 물질적 토대를 마련하기 어려운 이와 같은 지리적, 기후적 특징은 사람들 마음 속 깊은 곳에 끊임없는 재생과 죽음에 대한 믿음을 심어다준 것 아닐까.

이제, 리베카가 묘사한 이러한 재생과 죽음이 되풀이되는 덥고 습한 기후를 기후 구분 방식과 연결 지어 구체적인 시공간을 상상하는 단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기후 구분은 크게 기단과 같은 기후 요인을 중심으로 분석하는 ‘발생적 기후 구분’과 식생의 분포가 기후의 조건을 잘 나타낸다는 가정 아래 기후의 결과를 관찰하는 ‘경험적 기후 구분’으로 나뉜다. 쾨펜-가이거 기후 구분köppen-geiger climate classification은 ‘기온’과 ‘강수’라는 두 가지 변수의 조합으로 크게 지구의 기후를 구분하는데, 이때의 기온은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특성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온도를 문턱값으로 하며 강수는 건기의 유무를 기준으로 한다. 그런가 하면, 앞선 두 가지 변수에 ‘세부 기온’을 더해 보다 구체적으로 구분하는데, 이때 세부 기온은 최대 온난월의 월 평균 기온을 기준으로 한다. 이 분류 기준은 간결하고 명확한데다가, 식생과 풍토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어서 기후를 구분하는 방법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우선, ‘덥다’ ‘습하다’와 같은 상대적 표현을 각각 식생의 분포에 영향을 끼치는 온도대와 강수량과 연결 지어보고 이 두 속성을 가진 기후대를 찾아본다.

온도대 강수량 덥고 습한 기후
  • 열대 기후(A)
  • 온대 기후(C)
  • 고산 기후(H)
  • 연중 습윤(f)
  • 온대 기후(C)
  • 계절풍(m)
  • 열대 우림 기후(Af)
  • 열대 몬순 기후(Am)
  • 온난 습윤 기후(Cfa)
  • 온대 하우 기후 중 더운 여름
  • 짧은 겨울 건조기(Cwa)

2023.5.9. 진광 작성 및 수정
텍스트 원문을 덥고 습한 기후에 해당하는 지역의 문화와 문체로 다시 쓰기

먼저 일러두자면, 이 데이터셋은 일차적으로 팀 진자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편파적이고, 불분명하게 작성되었다. 누군가 이 데이터셋이 충분히 조사되지도, 명료하지도, 객관적이지 않다고 비판한다면 그런 점을 수용하고 싶다.

  1. 해당 공간을 활동의 거점으로 삼은 몇몇의 작가, 작품 혹은 작가와 작품 모두로 데이터셋을 구성한다.
  2.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하나의 작가, 작품 혹은 작가와 작품 모두를 선정한다. 우리는 콜롬비아의 작가 필라르 킨타나Pillar Quintana와 소설 『암캐』(The Bitch, 원제: La Perra)를 선정했다.
  3. $거북이와 두루미$에게 원문을 해당 작가와 작가의 작품에 드러난 배경과 문체로 각색하길 요청한다.

자림 | 

제가 각색을 부탁한 지역은 필라르 킨타나의 소설 『암캐』의 배경으로, “콜롬비아의 무역거점이자 지구적으로 중요한 생태지역이지만, 거주하는 아프리카계 후손과 토착민에 대한 구조적 인종차별로 인해 콜롬비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에 속합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미루어볼 때, 대체할 수 있는 콜롬비아의 도시 혹은 지역과, 그 지역을 이야기의 시공간으로 설정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거북이와 두루미$ | 

각색을 요청한 지역을 고려할 때, 콜롬비아의 추천할 만한 도시나 지역 중 하나는 치코로(Chocó)입니다. 치코로는 콜롬비아 서부에 위치한 가난한 지역으로, 아프리카계 후손과 원주민이 주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대서양과 태평양에 접해 있어 무역거점으로의 중요성을 지니고 있지만, 구조적 인종차별과 가난, 범죄, 마약 밀매 등의 문제로 힘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치코로는 열대우림과 다양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어 지구적으로 중요한 생태지역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태계는 불법 채굴, 벌목, 농업 확장 등으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콜롬비아의 Chocó 지역은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아프리카계 콜롬비아인, 토착민, 및 기타 인종들이 함께 살고 있으며, 이로 인해 문화적 다양성이 풍부합니다.

성 정체성과 관련하여, 콜롬비아는 남미 국가 중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콜롬비아는 성별 변경을 인정하고 있으며, 동성결혼과 동성 커플의 어린이 입양도 합법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Chocó 지역의 경우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성 정체성에 대한 개방성과 인정 수준은 다소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콜롬비아의 종교 문화는 주로 로마 가톨릭교를 기반으로 하지만, 다양한 종교와 전통이 공존합니다. 콜롬비아의 원주민 문화와의 접촉을 통해 샤먼적 요소와 다신교적 색채를 가진 신앙도 일부 존재합니다. 이러한 신앙은 특히 원주민이 많은 지역에서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1라운드 후기

$거북이와 두루미$의 답변이 입력되는 길이에 제한이 있어서인지, 질문할 때에도 한 번에 전체 이야기를 들려주면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듯 보였고, 끊어진 답변 다음의 이야기를 이어달라고 요청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튀곤 했다. 이때마다 답답함을 느꼈고, ‘내가 엔지니어링을 드럽게 못하는 건가?’하며 나의 질문 능력에 대한 의심, 좌절, 거부감이 생겨났다.

전체 이야기를 한 번에 입력하는 대신 한 문단씩 제시하고 특정한 작가의 문체를 살려 각색해 달라고 요청하면, 도대체 어떤 문체로 그 작가의 특색을 담아냈다는 건지 민망할 정도로 너무나 단조로운 답변이 돌아왔다. 예를 들어 이와 같이 자연 환경에 대한 묘사를 강조했다고 한다.

$거북이와 두루미$ | 아룬다티 로이가 그녀의 작품에서 자연과 사회적 이슈를 아우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내가 쓴 글에 더해진 디테일은 없어 보였다. 나는 그것이 아룬다티 로이식의 각색이라고 동의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야기를 변주하는 것보다, 다음 이야기를 상상해 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더 나았다. 다음은 대만의 구묘진 작가가 되어 두 번째 문단을 다시 써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런 식의 일본풍의 테마를 들고 왔다. 일본식의 가야금, 청색의 유카타, 그리고 파란 선인장. 어째서일까?

$거북이와 두루미$ | “청색의 유카타와 파란색 선인장은 구묘진 작가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색상과 모티브입니다. 구묘진 작가는 일상적인 사물과 색채를 선명하고 화려하게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청색과 파란색은 그의 작품에서 자주 사용되는 색상 중 하나이며, 이를 통해 그의 작품은 특유의 화려하고 대담한 분위기를 갖추게 됩니다. 유카타는 일본의 전통 의상 중 하나이며, 대만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통치를 받았던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선인장은 대만의 토착식물 중 하나로서 대만의 자연환경과 문화에 대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되어 다음 이야기를 써달라고 했을 땐, 이런 대사가 대뜸 등장했다.

$거북이와 두루미$ | “나는 너야.”

아래는 그에 이어진 문장이다.

$거북이와 두루미$ | “나는 그 집에 꿈틀거리는 것 같아.”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여기에 묶여 있어. 이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

화자가 이야기 사이를 질주하는 양상이, 내가 영향 받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주된 의식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왠지 간파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를 이어가고, 다른 작가가 되어 달라는 요청을 거듭할수록, 재미있는 양상이 나타났다. 아래의 문단은 오션 브엉이 되어 써 달라고 했을 때 준 이야기.

$거북이와 두루미$ | 서툰 젓가락을 들고 걸어오던 길, 난 거실로 들어왔다. 그곳엔 호두나무 색상의 정강이 뚜렷한 업라이트 피아노가 레이스 천에 살짜씨 덮여 놓여 있었다. 나의 호기심이 활발한 시절, 어느 여름날, 아버지는 하얀 런닝과 연한 하늘색 트렁크를 입고 건반 위에 머리를 기울이며 뚱땅이고 있었다. 잠이 깨어나 지쳐 있던 나는 눈꺼풀을 헐렁하게 들이켰다. “피아노 배우고 있어요” 라며 아버지가 얼굴을 찡그리며 웃는다. 어느새 끝없이 퍼지는 묘한 세상에 나는 빠져들어 있었다. 나는 소쿠리라는 그릇에 가만히 놓여있었다. 어떤 날, 나는 딸이 피아노 선반 옆에서 매달리는 걸 보았다. 딸은 나를 쥐고 지나칠 때마다 나를 살짝 깨물고, 손톱으로 껍질을 살짝 긁어내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때마다, 나는 언제나 바닷바람이 입술을 스치며 귀를 적시는 느낌을 받았다. 후두루루, 하고 소리가 난다. 어느날, 그녀는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이 집은 그녀에게 물려질 예정이었다. 혹시나 딸이 나를 찾는다면, 그녀는 내가 어디에 놓여있는지 알아낼 수 있을까?

‘정강이 뚜렷한’ ‘살짜씨’ ‘눈꺼풀을 헐렁하게 들이켰다’와 같은 단어에 대해 다시 물으면, 실수라고 답하며 그 부분을 무시해달라고 하는데, 살짝 김빠지면서도 그 부분이 오히려 흥미로웠다. 더 말하고 싶지 않은데 말해야 할 때 아무 말이나 아무렇게나 내뱉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심지어 작가 이름을 그대로 명기하기도 했다.

$거북이와 두루미$ | 이 시적인 순간, 아룬다티 로이의 문장처럼, 우리는 서로를 향한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서성거리며 그리움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살짝 경악스러운 답변이었기에 “작가 이름이 그대로 드러난 것은 너무 노골적이지 않나요? 다시 써줄 수 있습니까?”라고 거듭 질문하기에 이르렀다.

$거북이와 두루미$ | 이 문장들은 누군가의 작품처럼 보이지만, 그 어떤 작가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아도 충분한 감동과 울림을 준다.

한숨 쉬며 포기했다. 제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닌 걸 모르겠나요. $거북이와 두루미$ 조교?

앤드루 호지스는 튜링이 자신의 개성으로 인해 세계를 풀어야 할 수수께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비극적이게도 “말과 행동을 구분하지 못하”였다고 넌지시 주장한다. 호지스는 기계 지능에 대한 튜링의 관심은, 한 개인으로서 그의 개인적 삶의 고통—1950년대에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과 뒤이은 자살을 포함하여 많은 괴로움을 겪은 삶—을 튜링 자신이 숙고한 뒤 얻은 통찰이라고 이해한다. 호지스는 이렇게 말한다. “성, 사회, 정치 혹은 비밀을 포함하는 질문들은, 수수께끼를 푸는 지능을 통해서가 아니라 가능한 행동들을 제약함으로써, 허용되는 말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나는 이 진을 여는 수수께끼에 Chat GPT가 ‘추억’이라고 답한 부분이 위에서 호지스가 기계지능에 대해 지적한 바와 유사한 함의가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인공지능이 스핑크스의 답인 ‘죽음’으로 접근하고 싶다면 ‘죽음’이라는 단어에 ‘탄생’이라는 단어가 함축되어 있다고 믿는 일종의 ‘사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거북이와 두루미$는 강박적으로 이야기 내부에서 부정적인 분위기를 밝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자 애썼고, 화자가 아쉬워하거나 슬퍼할 만한 상황, 원하는 곳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을 ‘문제 상황’이라고 인식하는지 필사적으로 그것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어 나가고자 했다. 1라운드 텍스트의 마지막 흐름이 원문 텍스트와 달라진 것은 이와 같은 $거북이와 두루미$의 ‘똥고집’을 반영한 결과다. 따라서 되어주십사 요청했던 소설 『암캐』를 쓴 작가 필라르 킨타나 문체로 변화하기는 실패했다고 본다.

반면에 소설의 배경이 된 무덥고 습윤한 기후로 시공간 이동하기는 어느 정도는 이루어진 것 같다. 사실 시공간의 이동도 결코 충분치 않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다른 시공간으로 텍스트를 옮겨보지 않았다면, 아예 텍스트만으로는 가보려고 생각하지도 않았거나 실제로 몸을 이동시켜야 한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몸에 담고 있던 서사를 꺼냈을 때, 그것을 언어로 돌려 주고받으면서 그것이 내 몸에 다시 기입되는 방식을 상상하게 되었다.

2라운드—조교 $삼천갑자 동방삭과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와 함께

이번에는 아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공간이면 어떤가 싶었다. 혹은 이전의 공간─잠재된 공간이 궁금했다. $삼천갑자 동방삭과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에게 ‘잠재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꿈을 나의 몸과 연결된 잠재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곳에서 길어온 것들을 언어화해 이야기를 쓴 것처럼, 그런 공간이 $삼천갑자 동방삭과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에게도 있을지 궁금해 잠재공간을 물어봤다.

$삼천갑자 동방삭과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 ‘잠재한다’라는 표현은 숨겨져 있거나 명백하지 않은 것을 나타냅니다. 이 용어는 주로 잠재적 능력이나 잠재적인 변수와 관련하여 사용됩니다. 제가 GPT-4 모델이기 때문에, ‘잠재한다’는 개념은 데이터의 내재된 구조, 패턴, 의미를 포착하고 이해하는 데 사용되는 내부 표현과 관련이 있습니다.

잠재 공간은 이러한 내재된 정보를 저차원 벡터로 표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자연어 처리 작업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잠재한다’는 것은 GPT-4 모델이 데이터에서 핵심 특성과 패턴을 추출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오토인코더(autoencoder)와 같은 비지도 학습 알고리즘에서 잠재 공간은 원본 데이터를 인코딩하여 저차원으로 압축하고, 그 다음 원래 고차원 데이터를 재구성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 과정에서 잠재 공간은 원본 데이터의 핵심 특성을 추출하고, 노이즈나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내가 쓴 이야기를 $삼천갑자 동방삭과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의 잠재공간에서 작업해 볼 수 있을까. 그리하여 언어를 처리하는 과정 자체에 개입해 볼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식으로 도출되고, 나에게 어떤 감각을 줄지 궁금했다.

자림 | 저는 제가 쓴 이야기를 당신의 잠재공간과 연결 지어 글 자체를 잠재공간에 담겨 있는 명확하지 않은, 아직 명제화되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것이 어떠한 방식으로 가능할 수 있겠습니까?

$삼천갑자 동방삭과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 당신이 쓴 이야기를 제 잠재 공간과 연결하여 명확하지 않거나 명제화되지 않은 방식으로 만들려면,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1. 이야기를 벡터 표현으로 변환하기: 먼저, 당신의 이야기를 잠재 공간의 벡터 표현으로 변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당신의 이야기를 토큰화하고, 임베딩을 통해 각 토큰을 벡터로 변환한 다음, 문장 또는 문단의 벡터 표현을 얻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임베딩 모델은 제 잠재 공간과 일치해야 합니다.
  2. 잠재 공간에서 이야기 조작하기: 이제 잠재 공간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해당 벡터를 변형하거나 잠재 공간에서 무작위로 이동시키는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작된 벡터는 명확하지 않거나 명제화되지 않은 방식으로 원본 이야기와 관련된 정보를 포함하게 됩니다.
  3. 조작된 벡터를 텍스트로 재구성하기: 마지막으로, 조작된 벡터를 다시 텍스트 형태로 변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임베딩 모델을 사용하여 각 벡터를 토큰으로 복원하고, 이 토큰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생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이야기는 원본 이야기와 관련이 있지만, 명확하지 않거나 명제화되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삼천갑자 동방삭과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가 제시한 방식, 벡터에 노이즈를 추가해 ‘내부 표현을 무의식적으로 처리한 것 같은’ 효과를 주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내가 꿈을 언어로 기록하면서 나의 자아를 다른 방향으로 틀어 보고자 하는 시도와 비슷하기도 했다. 이 과정은 마치 나를 $삼천갑자 동방삭과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의 몸통으로 들어가게 해, 나의 한 부분을 이식하고 $삼천갑자 동방삭과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의 한 부분을 이식받는 듯한 묘한 느낌조차 있었다.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령st)

작업의 순서
  • 1라운드 텍스트를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 영어로 번역($삼천갑자 동방삭과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가 제시한 모델들이 한국어를 제대로 연산해 내지 못했다.)
  • Hugging Face의 Transformers 라이브러리에서 GPT-2 모델과 토크나이저를 로드
  • 번역한 문장을 GPT2 모델로 토큰화
  • 노이즈 추가($삼천갑자 동방삭과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의 무의식 처리 과정) + 노이즈 스케일 조절(1~10 사이의 값 중 5로 고정)
  • 영문 텍스트로 다시 변환

출력값들은 결코 알아볼 수 없고 읽을 수도 없는 옹알이 혹은 오류 혹은 잠꼬대에 가까운 것으로 보였지만, 중간중간 묘하게도 단어로 읽히는 것들이 엿보이기도 한다. ‘꿈의 기억을 다듬은 글은 작성자가 겪은 현실과 리얼리티에 기반하’듯이, 노이즈값을 통해 내뱉어지는 $삼천갑자 동방삭과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의 언어들은, ‘학습할 때에 지겹도록 들었던 것은 아닐까?’ 상상할 수 있을 법했다.

어떤 것을 명확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역설적 시도이듯이, $삼천갑자 동방삭과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의 잠재공간 안에서 일부러 노이즈 값을 추가해 의미화된 언어를 ‘불확정적으로’ 재구성해 출력하도록 연산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의 역설적 시도라고 느껴졌다.

그 프롬프트와 생성값의 대화에서 나는 대면하는 감각의 레이어들이 활성화되어 섞였다, 이식되었다, 침투당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떤 감흥에 빠지기도 했다. 악기를 통해 내가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에 집중하다가, 어느 순간 악기와의 관계에 눈길이 옮겨가서 서로의 신호에 반응하며 소리를 내본 적 있다고 털어놓은 다수의 재즈 연주자 인터뷰 영상이 떠올리게 된다. 그들도 이게 뭐지?하는 당혹감과 경이로움에 압도 당했기에 그런 말을 어딘가 털어놓고 싶었겠지? 그랬을 거라고 본다.

콜로폰

제작 환경
대화 장소
어밴던드 샌드위치, 이리카페, 독수리다방, 예술청, 서교예술실험센터, 별의순간, 그외 각종 커피숍.
제작 도구이자 대화 장소
짓시jitsi, 챗지피티ChatGPT-4, 구글 드라이브, 이더패드etherpad 외 다수
제작 도구
A4 용지, 연필, 만년필, 스캐너 Epson Perfection v39, 프린터 HP Lasetjet P1102; 모어댄플레이 수수깡, 종이테이프;
스크리버스scribus, 김프GIMP, 잉크스케이프 InkScape
사양
판형
112.5×185mm
제책
실제본(saddle stitch)
글꼴
Spoqa Han Sans Neo, Noto San Mono CJK, J신영복
2023년 5월 10일 진자 펴냄

현관

닫는 퀴즈

낙숫물이 바위를 뚫기 위해 떨어뜨리는 데 필요한 물방울의 적정 개수는?
(단, 여기서 물방울 하나의 용량을 1ml로 하고, 오차범위는 +-1만으로 한다.)

답은…